DC형(확정기여형) 퇴직연금은 회사가 매년 임금의 일정 비율을 퇴직연금 계좌에 납입해주지만, 그 돈을 어떤 상품으로 굴릴지는 가입자 본인이 직접 선택해야 하는 구조예요. DB형처럼 회사가 알아서 운용해 정해진 퇴직금을 지급하는 방식과 달리, DC형은 운용 성과에 따라 실제로 받는 퇴직급여가 달라지기 때문에 상품 구성을 어떻게 짜느냐가 중요해요. 그런데도 많은 가입자가 처음 가입할 때 지정된 기본값(디폴트옵션) 그대로 방치해두는 경우가 많아요.
DC형과 DB형의 운용 방식 차이
DB형(확정급여형)은 퇴직 시 받을 금액이 근속연수와 평균임금을 기준으로 미리 정해져 있고, 그 금액을 마련하기 위한 운용은 회사(또는 회사가 위탁한 금융기관)가 책임져요. 가입자 입장에서는 운용 성과와 무관하게 정해진 퇴직급여를 받기 때문에 운용에 신경 쓸 필요가 없어요.
반면 DC형은 회사가 매년 납입하는 부담금(보통 연간 임금총액의 12분의 1 이상)까지만 회사 책임이고, 그 이후 운용 성과는 전적으로 가입자 몫이에요. 운용을 잘하면 원래 받을 퇴직금보다 더 많은 금액을 손에 쥘 수 있지만, 반대로 운용 손실이 나면 원금보다 적은 금액을 받게 될 수도 있어요. 이 차이 때문에 DC형 가입자는 스스로 상품을 선택하고 주기적으로 점검하는 과정이 필요해요.
원리금보장상품과 실적배당상품
DC형 퇴직연금 계좌에서 선택할 수 있는 상품은 크게 원리금보장상품과 실적배당상품 두 갈래로 나뉘어요. 원리금보장상품은 정기예금, 이율보증형보험(GIC) 등으로, 원금과 약정된 이자가 보장되는 대신 수익률이 낮은 편이에요. 실적배당상품은 펀드, ETF 등으로 구성되어 있어 시장 상황에 따라 수익률이 변동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원리금보장상품보다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어요.
많은 가입자가 원금 손실에 대한 부담 때문에 원리금보장상품 비중을 높게 유지하는 경향이 있는데, 퇴직연금은 통상 수십 년에 걸쳐 운용되는 초장기 자금이라 지나치게 안전자산 위주로만 구성하면 물가상승률을 따라가지 못해 실질 수익률이 오히려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어요.
- 정기예금·GIC형 상품: 원금과 확정 이자가 보장되지만 수익률이 낮은 편이에요.
- 펀드형 상품: 국내외 주식형, 채권형, 혼합형 등 다양한 펀드를 선택할 수 있고 시장 상황에 따라 수익률이 변동해요.
- TDF(타깃데이트펀드): 은퇴 예정 시점에 맞춰 주식과 채권 비중을 자동으로 조정해주는 상품으로, 별도 리밸런싱이 어려운 가입자에게 많이 추천돼요.
위험자산 투자한도 70% 규정
DC형 퇴직연금은 가입자가 원하는 만큼 무제한으로 위험자산에 투자할 수 있는 게 아니에요. 적립금의 위험자산 투자한도는 원칙적으로 70%로 제한되어 있어요. 이는 퇴직 후 노후자금이라는 퇴직연금의 성격을 고려해, 지나치게 공격적인 투자로 인한 원금 손실 위험을 제도적으로 막기 위한 장치예요.
다만 이 70% 한도는 개별 상품 기준이 아니라 계좌 전체의 위험자산 비중을 기준으로 계산돼요. 그래서 주식형 펀드 하나에 집중 투자하기보다는, 위험자산과 안전자산을 적절히 섞어 전체 포트폴리오의 위험자산 비중을 관리하는 방식으로 운용이 이뤄져요. TDF처럼 특정 요건을 충족하는 상품은 이 한도 계산에서 예외로 분류되는 경우도 있어서, 상품 선택 화면에서 위험자산 편입 비율을 확인해두는 게 좋아요.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의 역할
가입자가 일정 기간 동안 운용 지시를 하지 않으면, 사전에 지정해둔 디폴트옵션 상품으로 자동 운용되는 제도가 함께 운영되고 있어요. 이는 가입자가 상품을 아예 선택하지 않은 채 방치해 저금리 대기성 자금으로 오래 머무는 상황을 막기 위해 도입된 장치예요.
디폴트옵션으로는 주로 TDF나 밸런스펀드 등 자동으로 분산투자가 이뤄지는 상품이 지정되는 경우가 많아요. 다만 디폴트옵션은 어디까지나 가입자가 별도 지시를 하지 않았을 때 적용되는 기본값이기 때문에, 본인의 투자 성향에 맞춰 직접 상품을 선택하고 조정하는 게 더 적극적인 운용 방법이에요.
운용 방법을 점검하고 조정하는 순서
DC형 퇴직연금을 운용할 때는 먼저 본인의 은퇴까지 남은 기간을 기준으로 위험자산과 안전자산 비중을 정하는 게 출발점이에요. 일반적으로 은퇴까지 기간이 많이 남아 있을수록 위험자산 비중을 상대적으로 높게, 은퇴 시점이 가까워질수록 안전자산 비중을 높이는 방식으로 조정하는 게 널리 쓰이는 원칙이에요.
상품을 한 번 선택했다고 끝나는 게 아니라, 최소 연 1회 정도는 운용 현황과 수익률을 점검하고 필요하면 상품 구성을 변경(리밸런싱)하는 과정이 필요해요. 대부분의 퇴직연금 사업자(은행, 증권사, 보험사)는 온라인이나 앱을 통해 실시간으로 상품 변경 신청을 받고 있어서, 절차 자체는 어렵지 않은 편이에요.
퇴직연금 사업자를 변경(이전)하는 것도 가능한 선택지예요. 수수료나 상품 라인업, 수익률이 더 나은 금융기관으로 적립금을 이전할 수 있고, 이 경우에도 기존에 쌓인 적립금과 향후 운용 방식을 새로 설계할 수 있어요.
DC형 퇴직연금은 가입자가 직접 운용 방법을 선택해야 하는 제도인 만큼, 원리금보장상품과 실적배당상품의 비중을 은퇴 시기에 맞춰 조정하고 주기적으로 점검하는 습관이 중요해요. 방치해두면 낮은 수익률에 머무를 수 있는 반면, 적절히 관리하면 장기적으로 더 나은 노후자금을 마련할 수 있어요.